들어가며
2026년 들어 이더리움 재단의 핵심 인력이 연달아 떠났다. 지분증명 전환을 이끌던 대니 라이언을 비롯해 프로토콜 조율과 핵심 연구를 담당하던 기여자들이 퇴사하거나 휴식기에 들어갔다. 전례 없는 두뇌 유출은 커뮤니티 안에 불안과 논쟁을 촉발했다. 일각에서는 재단이 토크노믹스나 경쟁력보다 이데올로기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ETH 가격 부진과 연구자들의 이탈이 겹치는 가운데 재단은 『이더리움 재단의 책무(EF 맨데이트)』를 발표했다. 이더리움을 '허가 없는 연산, 통신, 결사를 위한 탈중앙화 인프라로서의 월드컴퓨터'로 정의하고, 검열·포획 저항성, 오픈소스와 자유, 프라이버시, 보안을 뜻하는 'CROPS'를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할 수 없는 원칙으로 규정한 문서다.
이 선언의 배경에는 지난 10여 년의 성공이 만들어 낸 예기치 않은 도전이 있다. 네트워크 위에 형성된 거대한 금융시장은 효율성과 수익성을 요구했고, 핵심 인프라는 점차 소수의 행위자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국가와 규제기관, 전통 금융기관들은 이더리움을 기존 제도와 금융 질서 안으로 편입시키려 했다. 결국 이더리움이 직면한 문제는 성공 그 자체였다.
이더리움 공동체는 이 압력들에 세 가지로 응답했다. 시장이 보상하지 않는 영역에 자원을 흘려보내는 공공재 펀딩, 어떤 압력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을 경계를 명시한 CROPS 원칙, 그리고 이더리움이 어떤 게임의 참가자인지를 다시 서술하는 무한 정원이다. 셋은 각각 자원, 규범, 문화라는 서로 다른 층위에서 작동한다.
세 응답의 한계는 분명하다. 어느 것도 프로토콜의 합의 규칙처럼 강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강제력의 부재가 곧 무력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 보고서는 월드컴퓨터가 무엇이었고, 그 성공이 어떤 압력을 불러왔으며, 강제력 없는 규범과 문화가 왜 단기간에 모방하기 어려운 이더리움의 자산이 되는지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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